모든 글은 에세이로 통한다 김만성 (군선교사/작가)

군인 교회를 가다 보면, 연병장에서 한 병사가 “기준!”하고 외치면 흩어진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정렬한다. 무엇이든지 기준을 정하면 중심이 잡히고 전체가 연결된다. 우리네 삶이 혼란스러운 것은 삶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 아닌지.

인간 활동의 기초 중 기초는 건강이다.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의 기본은 걷기다. 태초부터 걷는다는 것은 삶이 수단이었다. 문명의 발달로 걷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지만, 인간의 구조는 여전히 땅을 밟고 땀을 흘리며 걸어야만 신체의 모든 부분이 활성화 된다. 40대에 몸무게가 늘고 혈압이 높아졌다. 건강 서적에서 얻은 결론은 걷는 것이었다. 아침 루틴으로 매일 걷고 주말에는 야간 산행을 했다. 덕분에 몸무게도 줄고 혈압도 내려갔다. 몸이 건강해야 글도 쓸 수 있다.

말로 전하던 것에서 나아가 글로 신앙공동체를 섬기고자 글쓰기를 시작했다. 내 지론은 어느 분야든, 새로운 시작점에서는 기준을 잡고 방법과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내린 결론은 에세이 구조를 기본으로 삼고 쓰면, 모든 글이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에세이 기법을 배우면서 다양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에세이 형식으로 칼럼, 설교문, 강의안을 쓰고, 더 나아가 대화도 마찬가지다. 혹여 글쓰기가 잘 안된다면, 이는 하나의 기본 패턴(구조, 틀, 방법, 작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글쓰기의 기본은 에세이다

배학수의 《퇴근길 글쓰기 수업》에서 “글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글 쓰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에세이를 연습하면 개인에세이도, 자기소개서도, 보고서도, 제안서도, 학술적인 글도. 여행기도, 감상문도 다 잘 쓸 수 있습니다.” 임재춘의 《쓰기의 공식 PREP》에서는 미국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문단과 에세이 구조를 배운다고 한다. 송숙희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서도 OREO 에세이 쓰기를 말하면서 ‘오래오맵’ 하나만 익히면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모두 대동소이한 방법을 말하고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의 확신은 지식과 정보가 쌓이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함으로 얻어진다. 또한 시작과 끝, 본질과 현상, 횡과 종이 하나로 연결되어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글쓰기의 문턱에서 필요한 것은 확신이다. 사람들은 확신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세이에 대해 내가 더욱 확신하는 것은 설교의 부족함을 느낄 때, 설교학 교수를 만나 ‘하나의 패턴’을 익히고 나니 설교의 고민이 해결된 경험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에세이 구조와 설교 패턴이 대동소이하며 상호 연결되어 있더라. 모든 글은 에세이로 통한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